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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Story

방구석 여포, 최근 한국농구의 국제대회 성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by Spotory 2025. 4. 21.

전술 다양성 부족과 현대 농구 트렌드 미흡

● '투빅'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전술 운영

현대 농구는 빠른 트랜지션과 3점 중심의 스페이싱 전략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한국 농구는 여전히 골밑 중심의 전통적인 '투빅' 체제를 고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외국에 비해 신체 조건이 불리한 한국 농구에서 이러한 전략은 국제무대에서 상대에게 쉽게 읽히고, 공간 활용 면에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유럽, 호주, 필리핀, 일본 등은 이미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외곽슛을 갖춘 ‘포지션리스(position-less)’ 농구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픽앤롤 외에는 전술적 옵션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상대 수비에 쉽게 차단되며,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선수 육성 시스템의 낙후

● 고등-대학-프로 중심의 폐쇄적 피라미드

한국 농구의 유소년 육성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 프로에 진출하는 일직선 구조다. 이 구조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으나, 선수 개별 역량 강화보다는 성적 위주의 조직 농구에 치중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인 드리블, 슛, 시야 확보 훈련을 통해 개인 스킬을 중시한다. 반면 한국은 “빠르고 강한 압박 수비”와 “감독 지시 중심의 플레이”로 창의성을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국제무대에서 1대1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나 창의적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선수 풀 자체의 축소

과거보다 농구 인기는 현저히 감소했다. 농구부를 운영하는 학교 수는 줄고 있고, 전국적으로 농구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의 숫자도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을 구성할 만한 재능 있는 자원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엘리트 시스템의 폐쇄성과 맞물려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 규격에 부합하지 않는 체격 및 피지컬

● 평균 신장과 운동 능력의 한계

현대 농구는 단순한 키 싸움이 아니다. 민첩성과 피지컬, 체력, 순발력, 유연성을 모두 요구하는 복합 스포츠다. 그러나 한국 농구는 여전히 신장이 크고 느린 센터에 의존하거나, 스피드는 빠르지만 체력이 부족한 가드진 구성이 많다.

특히 세계적인 추세가 된 “3&D” 스타일의 윙(wing) 자원이 한국에는 거의 없다. 신장 195~200cm 수준의 슈팅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선수를 찾기 어렵고, 그나마 있는 자원도 국제 경험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국제 대회에서 수비 로테이션이 늦고, 상대 팀의 트랜지션 공격에 무력해지는 경우가 반복된다.


KBL과 대표팀의 단절

● 대표팀에 기여하는 리그 환경 미비

KBL(한국 프로농구 리그)은 여전히 국내 중심의 리그다. 외국인 선수 2명을 활용하되, 이들의 공격 점유율이 매우 높은 구조다. 이는 국내 선수들이 공을 많이 만지지 못하고, 경기 내 주도권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대표팀 소집 시 공격 전개나 위기 대처 경험이 부족한 문제가 드러난다.

또한 KBL은 전술적으로 매우 단조롭고, 경기 템포도 국제 기준에 비해 느리다. 즉, KBL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국제무대의 빠른 흐름과 전술적 복잡성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도자 역량과 행정력의 부족

● 지도자의 국제 감각 부족

KBL이나 대표팀 감독 선임 시 여전히 **‘국내 리그 성적’, ‘감독 경력’, ‘기성 지도자 중심’**이 기준이 된다. 그러나 현대 농구는 전술의 유연성, 데이터 기반 코칭, 심리적 리더십까지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일본은 미국 유학파 지도자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호주는 전 세계에서 경험 있는 코치를 수급하는 반면, 한국은 새로운 전술 실험이나 세대교체 시도에 매우 보수적이다.

● KBA(대한농구협회)의 전략 부재

농구협회는 대표팀 운영, 유소년 육성, 리그 연계 등 핵심적인 구조를 총괄하는 기관이지만, 일관된 장기 비전이나 국가대표 철학이 부재하다. 대표팀 구성이나 감독 선임도 정치적 논리와 행정적 안배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체적인 시스템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주변국의 급격한 성장: 특히 일본

● 일본의 농구 혁신

가장 뚜렷한 비교 대상은 일본이다. 일본은 2010년대 중반부터 ‘B리그 출범’, ‘유소년 시스템 재정비’, ‘혼혈 및 귀화 선수 적극 활용’, ‘NBA 및 해외 진출 장려’ 등을 통해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NBA에서 활약 중인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 키타 노 후미오 등의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3년 FIBA 월드컵에서 일본은 유럽 강호를 꺾고 아시아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파리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반면 한국은 지역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선수 차원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격차에서 비롯된 결과다.


결론: 한국 농구는 구조적 혁신 없이는 국제무대에서 회복이 어렵다

한국 농구의 부진은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시스템, 철학, 육성, 전술, 행정 전반에 걸친 위기다. 농구는 단순히 공을 넣는 경기가 아니라, 국가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문화이자 스포츠다. 한국이 다시 아시아 정상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선수” 한두 명을 찾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 향후 개선 방향 제안:

  • 유소년 시스템 개편: 기술과 창의성 중심 교육 강화, 학교 밖 클럽 육성 확대
  • 지도자 교육 강화: 국제 경험 있는 지도자 육성, 외부 인재 수혈
  • 대표팀 운영의 투명화: 장기 플랜 수립 및 성과 평가 시스템 구축
  • 리그 구조 혁신: 외국인 의존도 줄이고 국내 자원의 실전 기회 확대
  • 농구협회의 거버넌스 개혁: 비전, 투명성, 유연성 확보
  • 국제 교류 활성화: FIBA 규격에 맞는 훈련 방식 도입 및 국제 친선경기 확대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고, 철학을 정립하고, 시스템을 혁신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변화'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