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는 사지 말라'는 말이 있다. 타자보다 팔과 어깨의 소모가 더 큰 투수는 대개 FA 전까지가 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FA 계약을 한 후에는 크고 작은 부상이나 피로가 늘 따라다닌다.
28일, KBO 리그의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좌완 투수 장원준(39)이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놀라운 FA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FA로 이적한 뒤에도 2년 연속으로 우승을 이끈 사례는 KBO 리그 역사상 흔치 않을 것이다.
28일, KBO 리그의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좌완 투수 장원준(39)이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놀라운 FA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FA로 이적한 뒤에도 2년 연속으로 우승을 이끈 사례는 KBO 리그 역사상 흔치 않을 것이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장원준은 2008년부터 10승 투수로 도약했다. 매끄러운 투구 동작에서 나오는 140km대 초중반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정확한 커맨드로 크게 발전했다. 2014년까지 롯데에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였고, FA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큰 부상 없이 내구성을 유지한 29세 투수로 그의 가치는 급등했다.
원 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는 4년간 88억원을 투자 제안했지만, 장원준은 서울로 옮겼다. 두산은 당시 FA 투수 중 최고액이었던 4년 84억원을 들여 장원준을 영입했다. 두산 출신이었던 홍성흔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들어온 외부 FA 영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은 FA 이적 첫 해인 30경기(169⅔이닝)에서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최상위 투수로서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가을야구에서 그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해 두산은 정규리그 3위로부터 시작한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는데, 장원준은 4경기(26⅔이닝)에서 3승 평균자책점 2.36으로 활약해 두산의 업셋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2016년에도 장원준은 27경기(168이닝)에서 15승 6패, 평균자책점 3.32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타고 투저 시즌에서는 평균자책점 2위로 리그 최상위 성적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승리했다.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을 차지하여 왕조의 시작을 알렸고, 그 중심에는 장원준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기준으로 FA 이적 후 2년 연속으로 우승한 투수는 장원준이 유일하다. 만약 포지션을 고려한다면, 현대 유니콘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내야수 박진만만이 2005년과 2006년에 우승을 이끈 선수로 기억된다.
2017년에도 장원준은 29경기(180⅓이닝)에서 14승 9패, 평균자책점 3.14의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결국 KIA 타이거즈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장원준은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구위가 떨어지며 성적이 급격히 하락했고, 4년 계약이 종료된 2019년부터는 연봉 협상을 통한 계약을 맺었다. 4년 동안 연봉 10억원을 받았지만, 2019년 6억원, 2020년 3억원, 2021년 8000만원,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연봉이 계속해서 감소했다.
후반기 이후 마지막 6년은 성적이 그리 빛나지는 않았지만, 두산 왕조의 시작을 연 '우승 청부사'로써 구단과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 의지를 밝힌 그에게 이승엽 감독님은 다시 뛰어난 기회를 주었다. 올해 11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5.27의 성적을 남기며 마지막으로 던진 불꽃을 터뜨렸다. KBO 리그 역사상 11번째이자 역대 최고령의 좌완 투수로서 130승(37세 9개월 22일)을 달성하고, 역대 9번째로 2000이닝을 넘어섰다. 결국 그는 은퇴의 순간을 맞았다.
장원준은 두산 구단을 통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야구를 마무리할 때가 온 것 같아 이러한 선택을 했다. FA 계약으로 두 번째 야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박정원 구단주님에게 감사드린다"며 "개인적으로 세운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떨어질 수 없다.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을 앞으로 이끌어주길 응원하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이승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다.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원준의 18시즌 통산 성적은 446경기(2000이닝) 132승 119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4.28, 탈삼진 1385개로 기록됐다. 그는 KBO 리그 역대 통산 승수 10위, 이닝 9위, 탈삼진 11위에 올랐다.
이처럼 장원준은 두산에서 빛난 활약을 통해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로 기억될 것이며, 그의 뛰어난 FA 성과는 한때 두산 왕조의 시작을 알린 것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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